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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 모음/군대 썰

군대 폐급 후임 썰 - 야채 못먹는데 요리사가 꿈

by 각종썰 2018. 1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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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내가 군대에 있었을 때였다.

해병대 입대해서 좆같이 맞고 갈굼당하고 다 견뎌내고

드디어 나도 쌍오가 되었다ㅋㅋ


쌍오는 상병 오호봉을 일컫는데

알상, 상병 오장 등으로 불리며

중대를 돌리는 최고의 악마, 사람 성격 버리는 결정적 보직이자

수많은 인계가 풀리며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짬임ㅎㅎ

나도 당시에는 날아다니며 공포의 악어라는 별명을 누리고 있었음


그러던 어느날

사우디에서 방금 도착한 듯한 풍미의 신병이 옆 소대로 전입왔음

얘를 처음 본 순간 얘가 한국인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돌격머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부스스하게 애매한 곱슬머리에

구릿빛.. 이 아닌 똥색나무같은 피부

자린고비가 메달아 놓은 굴비같은 눈빛

반쯤 벌린 입에서 나는 구취

게다가 가장 심각한건 얘 몸에서 썩은 고등어 냄새가 심하게 났음

뭔가 삘이 안좋은 놈이었다.


대부분 신병에 대한 첫 삘은 적중한다.

얘는 전입 일주일만에 대사건을 터트림ㅋㅋ

해병대는 식사 인계가 빡신데

참고로 인계는 렙제(레벨제한) 같은 거임

사소한거부터 따지자면 손 위치부터

잔반 남길수 있는거, 우유 마지막에 따서 원샷, 반찬 더 받아먹기 등등등

오래되서 기억도 안나네..


식사시간은 그야말로 후달들에겐 살벌함 그 자체인 시간이다.

얘가 우연히 내 옆자리에 앉았는데

꽤 당황스러웠음

츄라이에 야채 반찬이 하나도 없는거야

김치도 없고

그날 상추쌈 나왔는데 상추도 없고

심지어 국도 야채류가 하나도 없어

그래서 물어봤지

야 넌 왜 야채가 하나도 없냐

그 때 우리 중대를 잠재운 한마디

"전.... 태어나서 야채를 한번도 입에 대본적이 없습니다"

그 날 밤은 길었다.

더 웃긴건 얘 꿈은 요리사ㅋㅋㅋㅋ

야채를 먹지 않는 요리사

그 이후로 얘는 특별관리 대상 및 요주의 인물

식사는 내가 손수 떠 줬다.

행정관이 알았는데 사정 듣더니만 개념 쳐 빠진 놈이라고 먹이라고 했다.


그 후 일주일이 지났나?

옆 소대에서 가끔 곡소리나 나긴 했지만 별 탈 없는 무난한 세월을 보내고 있었는데

여느날과 다름없이 열심히 쇠질을 하고 샤워를 하는데

그놈이 씻으러 왔다.


날 보더니만 어리타고 있길래

나 쓰던 샤워기 와서 씻으라고 하고 난 뒤에서 비누칠하고 있는데

아 샤워기도 계급별로 쓸 수 있는게 있음

ㅄ같다고는 하지만 나도 짬 차고 왜 만들어놨는지 이해하게 된 인계

얘가 갑자기 나한테 저기.. 악어형 해병님.. 저 샴푸좀... 이러는거임

해병대 3기수 이상 말걸기 금지는 다들 많이 들어봤을텐데

심지어 이병이 상오한테 샴푸를 요구하고 있었음

샤워실에는 물줄기 흐르는 소리만 가득했다.

하도 어이가 없어서 샴푸는 왜? 누구누구야? 라고 다정하게 물어보니까

너무나도 밝은 표정으로

저는 머리를 오이비누로 감을 수 없습니다.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라고 말함...

얘 눈빛과 말투는 농담이 아니라 진심이었음..


그 날 밤은 정말로 길었다.

일단 투런을 때린 그놈은 군생활이 꼬이고 꼬였다.

걔 하나 때문에 중대 후달 전체가 다 머리박고 한따까리 했으므로

게다가 돌발 행동이 너무 잦았다.

대대 전술 평가때 전술 행군하고 있는데

똥이 마렵다면서 대대 행군 전체를 세워버리질 않나

사격때 병기가 안나간다고 선임한테 병기를 들고 뛰어가질 않나

탄피 잃어버리는건 매너고

가스조절기 잃어버리는건 옵션

작업도 못하고 사격도 못하고 아부도 못떨고 암기사항도 못외우고 근무도 못서고

이래저래 피곤한 놈이었다.


그러던 중 해안 투입 됐는데

소대가 각 소초로 들어가고 한 소대가 찢어져서 각 소초로 증원하는 식이었는데

공교롭게도 내가 그 소대로 감

얘 표정이 진짜 사색이 되더라

하지만 난 병장이 되었으므로 노터치

그땐 또 병영이 많이 변하고 있어서 가급적이면 애들 때리지 말고 그냥 담배 못피게 하거나

뭐 심한건 보고하는 식으로 하라고 애들한테 말했다.


하도 꼰질러대니까 그냥 우리도 꼰지르자는 식으로

하지만 해안에서 이놈은 또 상상을 초월하는 짓거리를 해댔음

얘는 식탐을 조절을 못했다.

라면이나 간식을 먹을때는 선임 허락이 있어야 먹을 수 있는데

난 그런거 싫어서 매일 밤마다 애들보고 자유롭게 먹으라고 풀어줬음

매일 밤마다 라면과 몽쉘과 오레오와 다이제를 열심히 쳐먹는 모습을 보니 나도 사뭇 흐뭇했다.

얘는 PX에서 한번 살때 몇만원어치 사면서 집에 돈부쳐달라고 하는 놈이었음

근데 소등 이후에는 유동병력 통제라 근무자 이외에는 먹지 말라고 못박아 놨는데

거의 매일 야간 근무자나 당직자에게 혼자 라면 먹고 있는걸 걸리더라

살이 찔수록 땀이 많이 나서 그런지 썩은 고등어 냄새가 심해짐

씻는것도 싫어함

같은 후달들도 얘 싫어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날

매복근무 서고 들어와서 너무 피곤해서 잠을 청하는데

아래 식당에서 폭발음이 들리는거야

막 불꽃 터지는 소리 막 나더니만

갑자기 펑! 하더라

머릿속에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더라

김일병 김일병 김일병!!!!!!

ㅅㅂ 총기사고났나, 수류탄깠나, 북한인가

깜놀해서 방탄조끼만 걸치고 철모쓰고 얼른 뛰어갔더니

전자렌지가 폭발했다.


그날 부식으로 고구마가 나왔는데

주계병(취사병)이었던 그놈은

고구마를 은박지에 곱게 싸서

전자렌지에 넣고 돌렸다.


소초에 하나밖에 없는 전자렌지 사망

짬밥들끼리 돈을 모아서 새 전자렌지를 샀다.

해병대가 지랄같다고는 해도 짬밥들이 후임들 꽤 챙김

그냥 군기가 빡신것 뿐이지 착한 애들은 착함

암튼 새삥 전자렌지가 들어왔고


우리는 당시 인기메뉴였던

전자렌지 라면을 다시 즐길 수 있었어

전자렌지 라면은 라면을 락엔락통에 넣고

뜨거운물 붓고

콩나물좀 올리고 파 썰고 청양고추랑 고춧가루좀 풀어서

3분 딱 돌리면

완성되는 라면계의 혁명이자 예술이었음

뽀글이 꺼져 아무도 안먹어

암튼 그게 참 맛있어 보였나보다


얘는 또 어느날밤 주계에 기습 침투하여

당시 소초 넘버 투인 놈의 락엔락에다 라면을 넣고

각종 건더기를 투입한 후

뚜껑을 덮고 돌렸다

전자렌지 또 사망ㅋㅋㅋㅋ

우리 중대는 하극상이랑 꼰지르기만 안하면 기수열외 안시키고 끝까지 데려가는 타입이라

기수열외는 안당했지만

얘는 진심 군생활이 힘들었을것 같다.

얼마전에 통화했는데 잘 지내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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