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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 모음/사이다 썰

형 무시하던 사촌동생 바둑으로 참교육한 썰

by 각종썰 2018. 1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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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일어난 100% 리얼 실화다. 약 스압이더라도 읽어주면 고맙겠다.


명절이라 큰집에 가서 친척들 만났는데 

올해 고3 되는 사촌동생 하나가 공부를 좀 잘하는애가 있다.

걔가 할게없어서 심심했던지 우리형(28살)보고 바둑을 한판 두자고 했었나보다.

 

우리형은 바둑은 배워본적도 없는데 착해가지고 알았다고 둬보자고 했었나봐. 

사촌동생은 취미가 바둑인데 전에는 학원도 다녔다고 하더라고.


나는 친구들 만나러 밖에 나갔다가 오니까 형이 얼굴이 심각해가지고 바둑판 앞에 쭈그려앉아서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더라.

표정이 너무 안좋으니까 엄마한테 물었다. 

"왜 저러냐구". 들어보니까 사촌동생이 바둑두면서 형한테 아니꼬운 말을 한모양이야. 


울형이 바둑 초보니까 아홉점 깔고 시작을 했는데

개가 초보자 상대로 가지고 놀면서 

"바둑은 머리로 하는거라 딱히 안배워도 처음부터 잘하는사람도 있다". 

이렇게 형보고 머리가 나쁘다는식으로 말을 했다는거야. 


울형은 실업계 고등학교 나오고 바로 취업해서 집살림에 돈보태느라고 대학도 못간터라 은근 기분이 더 상했을테지. 

애가 한참 동생인데도 아주 울형을 븅으로 본 모양인것 같았다.

엄마도 옆에서 그 광경을 보면서 기분이 좋으실리가 없었지.


대강 상황설명 듣고나서 내가 옆에 앉아서 구경했다. 

참고로 나는 대학 2학년때부터 바둑동아리 들어서 밤낮으로 술먹고 바둑만

겁나 둔 진성 바둑광이다. 지금 넷마블에서 아마 4단으로 두고있다.


첨에는 둘이 바둑두고 있길래 '오 바둑두네?'하고 반가웠는데 전후사정 듣고나니까 좀 열받았다. 

몇수 두는거 보니까 2~3급 정도는두는거같았다. 

근데 내가 보는 수를 걔는 못보는거같길래 내가 실력적으로 좀 위라고 판단이 들었다.


암튼 형이 아홉점 깔고도 발리는걸 끝까지 지켜봤다. 

어느새 집안 어르신들도 바둑판 주위로 하나둘 모여서 구경을하시더라고.

작은할아버지랑 고모부가 사촌동생보고 머리가 좋아서 공부도 잘하고 바둑도 잘둔다면서 칭찬을 하는데 울형은 기가 팍 죽어서 불쌍하더라.


자기딴엔 사촌동생이 심심해하는거 놀아준다고 해준건데 거기다대고 머리가 안좋다느니 무시를 하니까 이게 왠 경우야?


개가 기고만장해가지고 으스대고 있길래 내가 얼른 바둑판앞에 앉아가지고 "나도 바둑좀 갈켜주라. 몇번 둬보긴 했는데"하니까

쳐웃으면서 "형 지금 나한테 도전하는거냐고 몇점 깔아주면 되겠냐고" 그러는데 따로 불러내서 죽빵 날려주고 싶었다.


내가 승부는 정정당당해야하지 않겠냐고 걍 안깔고 맞수로 둬보자고 하니까 친척어른들 다 있는데 1분을 쳐웃더라ㅋㅋㅋ


안깔아주면 재미없을거같다는둥 존나 궁시렁대길래 내가 도발을 하지않을수 없잖아? 바둑판 옆에 5만원짜리 두장 놓으면서 10만원빵 내기하자그랬다.


애도 마침 세뱃돈 받아놓은거 있어서 10만원은 있었거든. 땡잡은 표정을 하더니 알았다고 지도 십만원을 바로 올려놓더라고.


내기돈도 올려지고 개가 시끄럽게 쳐웃는통에 친척들도 하나둘씩 바둑판 주위로 모이고, 주방에있던 작은엄마랑 울엄마도 일멈추고 옆에 와서 앉았다.


갑자기 씨발 집안의 자존심이 걸린 빅매치가 됐다는 생각에 내가 몇살 더쳐먹은 형이지만 긴장이되더라. 

나까지 져버리면 울형 복수도 못해주고 집안의 자존심이 짓밟힐 상황이었다. 

단 한수도 실수안한다는 일념으로 바둑을 시작했다.


원래 나는 초반에 집 모양 잡아가면서 수비적으로 하다가 나중에 두세번 작은전투 이겨서 경기를 잡는 타입인데,

오늘 형이 당한거 생각하니까 부아가 치밀어 올라서 이세돌식 공격형 바둑으로 나가기로 맘 먹었다.


초반 구석탱이 화점 두개씩 나눠먹은 다음부터는 개가 둘때마다 다 끊어먹고 싸움걸었다. 

조금이라도 띄워서 두면 바로 갈라치고, 초반부터 삼삼 쳐들어가서 귀 집 다 뿌셔먹고, 미친개처럼 달려들었다.


표정보니까 50수도 안뒀는데 얼얼해보이더라 웃음소리 싹들어가고 바둑판에 얼굴쳐박고 뚫어져라 쳐다보는데 그런다고 수가생기나.


애가 나도 울형이랑 마찬가지로 못하겠지라고 생각했었나봐. 


정말 통쾌했다. 

나 바둑 가르쳐준 동아리 선배가 새삼 고맙더라.

고모부랑 작은할아버지가 첨엔 사촌동생쪽에 붙어서 보더니 어느새 내쪽으로 와서 나보고 엄청 잘둔다고 놀란 눈치였다.


전판에 울형한테 9점 주고도 일방적으로 이긴새끼가 나랑 다이다이 맞짱떠서 개발리는 상황이라 두고있던 나도 흥미진진했다.


손에 땀이나는데 그거 안들킬라고 계속 양반다리한 상태로 허벅지에 손바닥 계속 닦았다. 

진짜 독하게 맘먹고 단 한수도 안봐줬다.


아주 깔아뭉개버릴 작정으로 걔가 전투 피하고 다른곳으로 도망가서 두면 거기 쫓아가서 다 끊어먹으면서다 싸먹은다음에 두집 못나게 치중하니까 대략 2/3 정도 두고 돌던졌다. 


완전 넋나가고 울형이랑 엄마 미소짓는데 와 효도한거같더라.


내가 바로 대사날려줬다. 

"모야 너 머리좋아서 공부잘하는줄 알았는데 걍 노력파인가보네. 삼촌은 머리좋은데 넌 왜그러냐ㅋ" 

이러니까 얼굴 겁나 빨개졋다.


옆에 작은엄마 있었는데도 걍 신경안쓰고 일침 꽂아줬다. 

발끈했는지 나보고 "바둑 오래배웠냐고" 묻길래

 

"재미로 몇번 둬본게 다지 너만큼 학원까지 다니며 둬봤겠냐고" 하니깐

한판 더하자고 하길래 속으로 존나 통쾌해하면서도 차근히 다음대사 날려줬지.


"그냥하면 재미없을거같으니까 9점 깔아라" 


우리형이 9점깔고 발린 상황이라 나도 똑같이 복수를 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좀 무리라고 생각되긴 했지만 한판 해보니까 해볼만할것같았다.


꼴에 자존심은 있는지 안깐다고 버티길래 난 걍 20만원 들고 밖으로 나가는척 하니까 알았다고 9점 깐다고 하드라.

솔직히 빡셌는데 결과적으로는 이겼다. 

불계승으로 이기고 싶었는데 9점은 진짜 ㄷㄷ 하더라. 


죄다 쑤시고 들어가서 다 끊어먹고 한곳 전투에서 이긴걸 토대로 세력확장해나가고 나머지부분 차근히 뽀개줬다. 

내가 백 덤 6집반까지 해서 도합 13집반 이기고 돈들고 조용히 일어났다. 


나 친척들한테 박수 존나받고 졸지에 바둑스타됐다.

고모부가 자기랑도 둬보자고 막 그러는데 나가봐야한다고 일어났다. 

형이 어깨 두번 두드려주더라. 오랜만에 느껴보는 형제애였다.ㅋㅋ


아까 큰집 나올때까지 개는 나한테 인사도 안하고 꽁해있는데ㅋㅋ

엄청 통쾌하더라.


<3줄요약>

1. 큰집가서 바둑초보인 형이 사촌동생한테 9점깔고 쳐발리고 머리나쁘다는 소리 들었다.

2. 아마추어 4단인 나랑 각각 10만원씩 걸고 다시둬서 내가 압살했다.

3. 개가 재도전하길래 나한테 9점 깔으라고 한다음에 이겼다. 복수성공. 형이 나 어깨 두드려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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