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좃소따리 술 강요 레전드 썰 (장문)

by 각종썰 2024. 9.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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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 술 안 마시는 신입이 있음.

종교적인 이유 이런 게 아니라 그냥 맛이 없고
취했을 때 그 느낌이 불편하고 불안하기 때문이라고 몇번을 밝힘.

근데 얘가 신입이다보니 업무하면서 모르는 것도 있고
실수하거나 대표랑 일정 조율이 안되는 부분이 종종 있었음.
그리고 얘가 intp이라 대표 입장에선 답답한 면이 있기도 했고..

그런데 대표는 그게 다 술을 안 먹어서(?) 없어진 융통성 때문이다,
술을 안 먹어서 스트레스 관리가 안돼서 그렇다,

술을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니까(?) 업무효율도 오를 꺼다,
술을 마셔야 사람이 속내도 드러내고 솔직해진다며
얘를 사람구실(?) 하게 하려면 술을 먹여야 한다고 판단함.

겉으로는 저런 논리인 건데 옆에서 보고 있으면 진짜 본심은
자기가 술 먹으라고 그렇게까지 강요했는데도 그게 뭐 어렵다고(?)
끝까지 입에도 안댄 것이 괘씸해서 얘한테 꼭 술을 먹여야만
대표로서 "기능"할 수 있고 지지 않는다는 생각에 저러는 느낌이고..

대표 본인은 술을 좋아하고 "마시면 기분이 안좋아질 수가 없다"니까
누군가는 "그 좋은 술"을 마시면 기분이 안좋을 수 있단 걸 생각 못함.

사실 자기 스스로는 "민주적이고 깨어있는 열린 대표"라고 생각하는데
오히려 대표의 역린은 "내가 가장 합리적이고 짬 많고 똑똑함"이어서
자칫 그걸 건드리면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커버에도 한계가 있음.

꼭 회식자리에서 "술은 절대 권하지 않는다 그러면 안된다"
"내가 마실 술이 아까워서 술 권하는 건 무의미한 짓이다"라면서도
뒤돌아서선 "그래도 남자는 사회생활엔 술이다"라며 강요하다가

얼마 전 옆 회사 대표가 자기랑 술 먹자고 한 걸 얘기하며
"그 사람은 꼭 술이 있어야 대화를 하나"라고 까는 걸 보면
자기가 지금 무슨 얘길 하고 있는 건지 피드백이 안되는 건가 싶음.

신입은 대표가 하도 혼내서 (혼을 내도 사람을 봐가면서 혼내야지..)
요즘 들어 기억력 인지력 융통성도 떨어지고 사람 얼굴도 어두워지더니
결국 정신과 가서 항불안제 먹고 있다고 하더라..

그런데 이번 회식에서도 대표가 술 쪼금만 먹어보라고 해서
신입이 "저 먹고 있는 약이 있어서 안될 것 같습니다"라고 했더니
"나도 간이 안좋아서 약 먹는데 괜찮다"라면서 억지로 술을 따르는데
"아까우니까 쪼금만 줄게"라며 술잔에 진짜 손톱만큼 따라줌.

(그럴꺼면 왜 강요했냐고 하겠지만, 앞서 말했다시피
순전히 자기 말을 무시한다고 생각해서 저렇게라고 먹이고 싶었나봄.
많이 따라주면 안 먹을 꺼 알고, 자기 컨셉도 술 강요 안하는 사람이라.)

결국 신입은 눈치가 보여서 그 술을 받아 마셨고
나도 좋게좋게 커버칠려다 더 하면 분위기 이상해질까봐 말았는데
대표는 몇 잔 받길래 중간에 "대표님 술 더 드릴까요"라고 했더니
약 먹고 있는 게 있어서 더 먹으면 안된다고 사양하시더라..

그리고 다음날 회사에 와서 회식날 몸 안좋아서 빠졌던 애한테
"어제 결국 (신입) 술 마셨어! 내가 마시게 했어!"라며 기뻐뛰더니
표정 안 좋아지고 있는 신입한테 (아마도 일부러)
"술 마시니까 어때? 기분 조오~~~치??"라고 하는데..

그 "조오~치~?"의 억양이 꼭 "말 안듣는 놈 드디어 꿇렸다"라는
흡사 정복감 내지 설욕감의 배출처럼 들려서 옆에서 듣기 참 뭐하더라.
그러고는 "이제 시작이다, 점점 늘려가면 된다"는 식으로 얘기하는데
내가 당하는 건 아니지만 옆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슬슬 한계가 옴.

나도 술 담배 하는 게 남자 사회생활에 유리하다는 건
일정 부분 동감하는 사람이고 술도 좋아하는데 이건 좀 아니지 않냐.

이런 풍경들 보고 있자면 나도 내 밑에 있는 사람들은
나의 어떤 면을 저렇게 보고 있을까봐 무서움....

https://www.teamblind.com/kr/post/%EC%A2%83%EC%86%8C%EB%94%B0%EB%A6%AC-%EC%88%A0-%EA%B0%95%EC%9A%94-%EB%A0%88%EC%A0%84%EB%93%9C-%EC%8D%B0-%EC%9E%A5%EB%AC%B8-JKZADX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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